반응형
"그 사람과 만난 지 4개월쯤 됐을 때였어요.
그날도 저는 김치전을 부쳐 그 사람에게 가져다줬고,
우리는 작은 반찬 몇 가지를 나눠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눴어요.
‘이렇게 집밥 먹으니까 진짜 살아 있는 기분이네요’
그가 그렇게 말하며 절 바라보는데…
그 눈빛이 아직도 떠오릅니다. 따뜻하고, 믿음직했고… 진심 같았어요.
그날, 처음으로 그가 제 손을 오래 잡았죠.
그리고 말했어요.
‘자매님, 우리가 이렇게 계속 지내면… 사람들도 눈치 채지 않겠어요?’
‘우리 사이, 조금 더…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요?’
전 당황했지만 솔직히 기뻤습니다.
그 나이에 누군가가 ‘함께하자’고 말해준다는 건… 참 귀한 일이잖아요.
하지만…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.
한밤중, 주방에서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
식탁 위에 놓아둔 반지 하나가 보이지 않는 걸 발견했어요.
그 반지는 제 남편이 생전에 손수 만들어 준 유일한 물건이었어요.
누구보다 귀하게 여기던 물건인데…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죠.
처음엔 제가 어디에 뒀는지 까먹은 줄 알았어요.
나이도 있고, 가끔 물건 자리를 헷갈리기도 하니까요.
그런데 이상하게도,
며칠 뒤엔 남편의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.
그 사람에게 물어봤어요.
‘혹시 전에 여기 왔을 때 반지 본 적 있어요? 요즘 좀 헷갈려서요.’
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어요.
‘아, 반지요? 싱크대 옆에 있던 거요? 제가 도자기 옆으로 옮겨놨는데…’
하지만 그 도자기 옆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.

반응형